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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플랫폼이 콘텐츠다, 데이터의 중요성

by 아하메이커 2023. 1. 5.

1. 책 제목에 대한 생각

일단 출판사에서 번역서를 내면서 책 제목을 잘못 지었다고 생각한다. 제목과 내용이 매치가 잘 안 된다. 왜 번역서에는 제목을 '플랫폼이 콘텐츠다'라고 지었는지 궁금하다. 이 책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플랫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지만, 책을 읽는 내내 '플랫폼이 왜 콘텐츠지?'라는 궁금증을 해결할 수 없었다.​ 아마도 디지털 기술의 영향으로 기존 엔터테인먼트 기업보다 데이터를 다량으로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이 콘텐츠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여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지은 것이라 추측된다. 하지만 '플랫폼 = 콘텐츠'라는 의미의 제목은 한 번에 와닿지 않는다.

차라리 그냥 원문 제목처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기술의 영향, 이에 따른 Streaming(스트리밍), Sharing(공유), Stealing(불법복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을 함축한 제목이었다면 더욱 와닿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차라리 그대로 스트리밍, 쉐어링, 스틸링으로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2.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변화

『플랫폼이 콘텐츠다』의 내용은 제목과는 달리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난 100년간의 역사를 보여주고, 콘텐츠 유통망과 막대한 자본력으로 권력을 쥐어 온 소수의 기존 기업들이 디지털화가 진행됨에 따라 그 기득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여러 가지 데이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신흥 강자가 등장하니,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축적해 온 넷플릭스, 아마존, 구글과 같은 IT 기업이다. 이들은 온갖 콘텐츠를 한데 담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생태계를 탄생시켰다.

 

3. 요즘 콘텐츠 제작의 필수 요소

이 책에서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데이터 중요성'이다. 과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어떤 콘텐츠가 잭팟을 터뜨릴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오랜 세월 그나마 확률적으로 흥행작을 만들어 본 자의 '감'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고객의 취향 정보를 수집하기 훨씬 쉬워졌고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할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콘텐츠 제작자가 살아남으려면 고객의 구매 관련 상세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여 콘텐츠 흥행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넷플릭스다. 이제는 여가생활의 일부가 되다시피 한 넷플릭스는 '몰아보기'가 가능하도록 드라마를 첫 화부터 마지막화까지 한꺼번에 내놓는 방식을 탄생시켰다. 기존의 드라마는 TV 방영시간에 맞춰 일주일에 1~2화씩 방영되었다. 여기에는 콘텐츠의 소비자보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사와 그 방송사의 광고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유가 숨어 있다. 흥행하는 콘텐츠를 몇 주에 나눠서 방영하고 그 앞뒤로 광고를 붙이면 방송사는 더 많은 광고를 받을 수 있고 광고주는 자신의 제품 및 서비스를 홍보할 기회가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러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상식을 뒤집었다. 그동안 쌓아온 가입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재밌는 드라마가 올라온다면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하고 싶어 하는 시청자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리지널 시리즈를 한꺼번에 공개하는 대담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성공을 거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 제작에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마냥 데이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나오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면 데이터가 만능 키는 아닌 것 같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예고편을 보면 시청자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를 넣어서 만들었다는 티는 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스토리가 용두사미 식으로 전개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데이터를 통해 시청자의 이목을 확 끌 수 있는 장면이 무엇인지, 어떠한 스토리를 전개하면 주목을 끄는지 파악하여 이를 콘텐츠 제작에 반영하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데이터 기반 콘텐츠 제작이 예전 블록버스터의 흥행공식처럼 정형화되어 공장에서 찍어내는 식으로 변모하고 있지 않나 싶다. 데이터를 분석하여 고객이 선호하는 취향을 파악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한 요소를 무분별하게 콘텐츠 이곳저곳에 집어넣다 보면 이도저도 아닌 콘텐츠가 나올 것이다. 결국 시청자를 몰입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스토리라인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의 일관적인 흐름이 중요한 것이다. 수집한 고객 데이터를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려면 스토리라인의 일관성이 깨지지 않도록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시 모든 것은 과유불급이다. 데이터와 사람의 스토리 기획력이 균형 있게 버무려지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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